2016. 2. 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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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 날 판단해?"


흔한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에서 들을 수 있다. 도대체 네가 뭔데 나를 판단하냐고. 덤으로 화난 표정과 사나운 눈빛을 볼 수 있다. 판단.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판단하는 주체는 무슨 권리로 판단을 하는 것 일까. 가끔 궁금했다. 도덕적인 선악이 아닌 그냥 내가 하는 행동을 왜 멋대로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정의하는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판단을 하기도 하고 판단을 받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공부에 대해서 판단을 많이 받았다. 니가 하는 공부법은 아니야. 틀린거야. 혹은 잘하고 있어. 그대로 쭉 해봐. 그리고 그 공부에 대한 결과. 결과에 의해 내려지는 판단. 그게 나는 너무나도 껄끄러웠다. 내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의 주변 사람들의 판단은 쟤는 별로 신경쓸만한 애가 아니야. 그냥 놔둬. 그리고 내 성적이 정상으로 치솟고 있을 때의 주변 사람들의 판단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리고 내 마음에 확 박힌 말은 이거였다. 


"너 원래 이런(이렇게 열심히 하는)애 아니였잖아?"


그렇다. 나는 원래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였음을 나도 인정하지만 남의 입에서 저렇게 나를 바닥으로 판단하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안좋을 수 밖에. 나도 저 '이런'에 내포하는 말 조차는 안다. 어쩌다가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었냐는 그런 말과 함께 경계하는 뉘앙스를 들으니 힘이 빠졌다. 그 후로 공부에 있어서 잘 모르겠다, 못하겠다, 걱정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따라나오는 말은


"넌 잘하잖아. 그러니까 대충해도 잘 나오겠지. 아니, 잘 나올껄?"

"교수님이 너 예뻐하니까, 뭐."


난 한번도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의 수많은 노력들과 조바심, 걱정 그리고 온 몸이 아플만큼의 스트레스가 온전한 내 결과물이었다. 단 한 순간도 허투루 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 내 노력의 결실이 저런 취급을 받는 것에 항상 힘이 빠졌다. 저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나도 말하고 싶었다. "네가 뭔데 날 판단해?"


원래도 주체적으로 누굴 판단하는 성격이 아니다, 나는. 그러나 이 이후에 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혹시라도 내가 누군가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런 그릇된 판단으로 색안경을 끼고 있던 것은 아닌지, 그런 판단을 혹여라도 입밖에 내놓았던 적이 있는지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이제 수천가지, 수만가지의 판단을 해야할 순간이 다가온다. 다만 그 순간에 내가 잘못된 판단과 그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이 생활속에서도 연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