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4. 00:30
| Comment



하루에 90분의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가는데 45분, 오는데 45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나는 90분 동안 여러가지 일을 한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잔 날이면 고개가 고꾸라지도록 잠을 자기도 했고 눈이 말똥거리는 날이면 사람들의 옷차림을 구경했다. 요즘에는 갑자기 독서라는 취미에 빠져서 책을 읽고는 한다. 시집을 한구절씩 마음 속에 새기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있다. 시험기간에는 지하철이란 장소는 곧 독서실로 변한다. 이어폰을 꼽고 꼬부랑 글씨를 보면서 번역을 하다보면 벌써 학교가 있는 역에 도착하곤 한다. 학교가 이전하기 전에는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나는 꽤 버스를 좋아했다. 바깥을 구경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나에게는 그래도 하루 중에서 마음 놓고 지내는 편안한 시간 중 하나였기에. 그래서 이전하면서 지하철을 타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꼈다. 특히 나는 사람들과 마주보고 앉아서 가야한다는 것이 제일 싫었다. 그냥 싫은 것도 아니고 짜증이 났다. 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서로 바라보면서 가야하는가? 소극적인 나에게는 매일이 고역과 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스치며 얼굴을 마주보고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당연시 여겨졌다. 그 후로는 마주보고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당연히 없어졌다. 그리고 사람 구경이라는 것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이름 시간부터 전도를 하는 할아버지부터 출근길 앉아서 조그마한 팩트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 대학생까지. 저마다의 다른 목적지를 가지고 지하철을 탄다. 요즘에는 자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든다. '내일은 지하철 타고가면서 뭐하지?' 지루했던 90분이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즘이다.